30년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지만, 퇴직 후 발견한 오후형 인간

2025. 10. 4. 07:35알고보면 쓸모있는 [쉬운 경제]

“성공하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저 역시 3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매일 새벽 5시에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리듬에 맞추어 살았고, 피곤한 몸을 이끌며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 자유로운 생활을 맞이하자, 오히려 늦게 일어나고 오후부터 활동하는 것이 저에게 더 맞는 리듬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경험은 “아침형 인간이 더 생산적이다”라는 사회적 신화에 대한 강한 반박이기도 합니다.

 

1. 30년간의 아침형 인간 생활

 

퇴직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오후형 인간이라는 것을

 

직장인의 삶은 규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부터 몸을 일으켜야 하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과 업무 보고, 때로는  “잠 줄여가며 일하는 게 미덕”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침에 눈은 떴지만 정신은 몽롱했고, 오전 11시가 지나야 겨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항상 피곤했고, 주말에는 무조건 16~18시간씩 자면서 그 피로를 보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게으르다고 바라보았고, 저 역시 아침형 인간을 따라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 퇴직 후 발견한 나의 리듬

퇴직 이후 아침 9시 이후에 일어나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늦잠을 자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오히려 몸은 가벼워지고 집중력은 오후에 정점을 찍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에는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몽롱하지만, 점심 이후부터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정리하는 일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저녁 시간까지 이어지는 집중력은 예전 회사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오후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퇴직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3. 과학적 근거: 아침형 인간 신화의 허상

많은 연구들은 이미 “아침형 인간이 더 생산적이다”는 믿음이 절대적 진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수면 유형의 다양성(chronotype)
    사람마다 타고난 생체 리듬이 다릅니다. 유전적으로 아침에 강한 사람이 있고, 저녁에 집중력이 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과 저녁형 성향은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단순한 습관이나 의지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2. 생산성은 시간대가 아니라 적합성 문제
    영국에서 2만 명 이상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저녁형 인간이 인지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침이냐 저녁이냐가 아니라, 자신의 생체 리듬과 활동 시간이 일치하느냐라는 점입니다.
  3. 수면 부족의 해악
    하루 6시간 이하로 자면 며칠 만에 집중력과 작업 기억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 당뇨, 우울증, 심지어 수명 단축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장기 연구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결국 잠을 줄여 아침형을 따라가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었습니다.

4. 사회적 압력과 잘못된 미덕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잠을 적게 자고 아침 일찍 나서는 것을 미덕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30년 일찍 일어났으면 됐습니다. 남에게 강요하지 맙시다.

 

“밤새 일했다”는 말을 자랑처럼 하는 분위기, 잠을 많이 자면 게으르다고 낙인찍는 시선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수면 과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경고합니다.
“잠을 줄여가며 성과를 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충분한 잠을 잘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제는 개인의 수면 패턴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각자의 chronotype에 맞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장기적인 생산성과 건강을 지키는 전략입니다.

 

 

30년간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왔지만, 퇴직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오후형 인간이었고, 그 사실을 인정한 이후에야 진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말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생체 리듬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생활 패턴을 찾는 것이 더 건강하고 더 집중적인 하루를 만드는 길입니다. 이제는 사회도, 개인도 아침형 신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면 유형을 인정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