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그만이 아닙니다. 내 죽음에 대한 예의 : 죽음의 에티켓(The Etiquette of Death) – 롤란트 슐츠
"죽음 그 후까지도 내 삶이다"
내가 죽은 후에도 떠돌게 될 내가 쓴 SNS 글,
내 전화번호, 주소 처리, 일기장, 사유 재산, 내 집의 매매와 정리,
내 죽음 후의 내 몸에 대한 결정, 장례비...
이 모든 걸 누군가에게 맡기고 가는 게 맞는가? 죽음이 내 삶의 완성이라면,
이 글은 『죽음의 에티켓』 – 롤란트 슐츠의 책을 읽고 쓴 담론입니다.
- 원제: So sterben wir: Unser Ende und was wir darüber wissen sollten (2017, 독일)
- 영문판: The Etiquette of Death
- 한국어 번역본: 『죽음의 에티켓』
죽음의 에티켓이란 장례식장에서의 단순한 예법을 넘어, 내 삶을 내가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이자, 타인에게 건네는 최후의 배려입니다. 그리고 이 성숙한 태도 속에서야 비로소, 죽음은 삶의 완성이 됩니다.
죽음을 정리하는 일, 나 자신에 대한 마지막 예의
죽음은 단순히 삶의 연장선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하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사색이 아니라, 죽음 이후까지 나를 스스로 정리하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1. 남겨진 자들에게 떠넘기지 않는 죽음의 이후
우리는 흔히 죽은 뒤의 일들을 ‘남겨진 자들의 몫’으로 치부합니다.
내가 죽으면 누가 처리해줄까? 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생각을 조금 연장해 봅니다
. 내가 떠난 내 집안의 정리, 유산 분배, 디지털 흔적의 정돈, 장례 절차까지 모두 타인의 손에 맡기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내 삶의 마지막 장을 타인이 대신 써 내려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유언에 그친 내 재산과 당부의 말 말고도, 남은 자가 죽은 나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 내 부고를 알리고, 영정사진을 찾고, 내 전화번호를 중단하고,
사망신고를 하고, sns는 누군가 중지 시키지 않을 동안 떠돌게 될 것이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거나, 철없는 시절에 쓴 내 글을 계속 읽을 것입니다.
장례식을 치루고, 비용을 지불하고, 더 기릴 것인지, 또는 어느 곳에 뿌려질지, 남은 자가 결정할 것 입니다.
나는 죽은 채로 남은 자의 결정에 따라 마무리 지어질 것입니다.
롤란트 슐츠의 『죽음의 에티켓』은 바로 이 지점을 직시하게 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처리까지를 내가 직접 준비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2. 내가 나를 대하는 마지막 방식
죽음 이후의 절차를 스스로 준비하는 것은 단순히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배려가 아닙니다. 자식 있는데 뭐 그게 문제야. 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내가 나를 대하는 마지막 방식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메일과 계정, 무질서하게 쌓인 물건과 재산,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말과 관계들이 나의 죽음을 대신 말하게 된다면,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 무례한 마침표일 것입니다.
에티켓이란 결국 타인에 대한 예의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그렇기에 죽음의 에티켓은 나를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지키는 일이 됩니다.
3. 죽음 이후를 삶에 편입시키는 성숙함
죽음을 삶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끌어올리는 태도입니다.
- 내가 남길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 내 물건과 집은 어떤 의미로 전달할 것인가.
- 나의 부재 이후에도 이어질 인간관계와 기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모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바로 죽음을 삶 속에 편입시키는 일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최종의 성숙입니다.
죽음의 에티켓, 삶의 마지막 장을 쓰는 법
죽음 이후를 더 이상 타인의 손에 맡겨져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살아있는 삶에 충실하는 것 입니다. 삶에 충실했 듯. 그래야 마지막까지 충실하는 예의를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남겨진 자들에게 떠넘기는 무거운 과제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지켜야 할 마지막 예의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곧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성숙한 태도이며, 그 속에서만 비로소 죽음은 두려움의 순간에서 존엄의 완성으로 바뀝니다.
죽음을 내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온전히 완성하는 최종의 행위로 삼는 것, 이것이야말로 『죽음의 에티켓』이 던지는 진정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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