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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게 3,500억 달러 현금으로 달라는 트럼프, 투자일까 인질일까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korea dot sense 2025. 10. 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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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한미 간 무역 논의가 다시금 국제 정치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각각 수십억 달러의 '선불 투자(upfront investment)'를 약속했다는 식으로 주장했고, 구체적인 액수로는 한국에 3,50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공식적인 협약이나 조약이 아니라 트럼프의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됐다.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도, 한미 정상 간의 합의도 아닌, 사실상 일방적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즉각 반응했다. 외환보유액의 80% 이상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고, 한국은행과 청와대 안보실 모두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왜 3,500억 달러냐? 숫자 자체가 터무니없어

 

한국의 외환보유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고

국가예산(2025 기준 약 720조 원)의 절반에 가까워

미국에 대한 연간 FDI(해외직접투자) 규모의 30배 이상

이는 제 2의 IMF 시대를 우려하는 금액이다.

 

 

한국 정부는 현금 일시 지급은 무리라는 입장 아래, 대출, 지분 참여, 프로젝트 기반 투자 등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 여지를 미국에 제안했다. 그러나 이 요구의 본질은 투자라기보다 관세 면제의 '몸값'에 가까웠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예고하면서,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선투자를 하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산 반도체나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경제에 '대가'를 치르라는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무역 조건이 현실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3,500억 달러는 단순히 한국의 외환 보유와 국가 예산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체질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요구다. 대규모 해외 투자로 인한 산업 공동화, 고용 축소, 첨단 인력 유출 등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요구는 국제 무역의 기본 원칙인 '상호 호혜'와도 거리가 멀다. 수출입 품목에 대한 관세 협상은 통상적인 외교 채널에서 다뤄지는 것이며, 특정 국가에 거액을 요구하며 그 대가로 무역 특혜를 주는 방식은 일종의 '경제적 강압'에 가깝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 사안을 단순한 무역 딜이 아닌, 국가 경제 안보의 문제로 보고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 신용등급,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해 협상의 방향을 잡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는 '투자'라는 미명을 쓴 무역 인질극에 가깝다. 이는 단지 한국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한국을 이렇게 압박하는 방식이 정당화된다면, 그 다음 타깃은 일본, 독일, EU, 나아가 모든 미국의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말 한 마디가 아니라,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우리 정부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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